[220724~0726] Seattle (Pike Place Market/Chihuly Glass Garden/Space Needle)
미국 여행을 한다는 것…
나는 캐나다에서 미국에 왔다. 정확히는 세계에서 물가가 살인적이기로 1~4위 사이에서 잘 내려가지 않는 두려운 도시, 밴쿠버에서 왔다. 그 말은 곧 지옥에서 다른 지옥으로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내려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난 밴쿠버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 쪼마난 공원 하나 들어가는 티켓이 8만원씩 하는 걸 보며 저주도 해보고, 한 끼 2~3만원씩 꼬박꼬박 들어가는 것에는 급기야 해탈했다. 한국에서 오천원 하는 포크 커틀렛이 20달러에 팔리는 것을 보고는 간악한 자본주의의 화신들이 모인 도시, 현대 경제 불균형의 주 원인, 인플레이션 노예들의 무덤, 이러니까 노숙자들이 사회 문제가 되는 거임 등등의 표현으로 조지게 욕을 하며 살았다.
하지만 그 도시조차도 미국에 비하면 돈요정들의 투정이었던 것이다. 기념품점 연필이 10달러 하는 시애틀에 오고 나서 깨달았다. 세상은 넓고 물가는 비싸며 한국 돈의 가치는 쓰레기니까 나는 그냥 평생 한국에서 사는 편이 낫겠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 한국의 화폐 가치가 국제 시장에서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 된 지금 같은 꼬라지에 해외 여행을 나선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민낯을 파헤친 다음에야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후회하기는 늦었다. 이렇게 된 이상 거지가 되더라도 여행은 즐길 각오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미국에서 무서운 게 돈만은 아니다. 입국 심사를 할 때 보디가드가 아닌 심사원들의 허리춤에도 권총이 있는 것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나는 맨발로, 혼자, 총기 사용 허가가 민간인에게 내려지는 나라에 들어서는 것이다. 사실 미국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고민이기도 할 거다. 이 북아메리카 치안의 나락을 상징하는 나라에서 여행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미쳐서 내 1차 목표는 '살아남기'가 됐다.
각설하고 미국에 오자마자 한 달 동안 사용할 한 달짜리 핸드폰 요금제부터 결제했다. 내가 이용한 곳은 'Verizon' 통신사로, 어째서인지 LG 핸드폰은 전화가 불가능하고 LTE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세상에, 요즘 시대에 글로벌 유심 전화 연동이 안되는 핸드폰이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데이터라도 쓸 수 있는 게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보통 미국에서는 T-Mobile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효율도 여기가 훨씬 좋다(12GB짜리가 있어서 굳이 무제한 요금제를 결제하지 않아도 됨. Verizon은 5GB 다음 바로 15GB라서 조금 아까웠다. 그래서 핫스팟도 쓰고 동영상도 막 틀고 한 달 안에 다 쓸 수 있도록 눈에 불 키고 씀). 나도 처음엔 이곳에 갔지만, 이곳은 데이터도 전화도 연동이 되질 않았다. 이래서 LG는 안 됨. 이 쓰레기 같은 호환성을 봐. 대박임…
시애틀
미국하면 떠오르는 각종 다양한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르는 교통. 하지만 시애틀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신기할 정도로 다양한 노선의 전철, 촘촘하게 잘 짜여 있는 버스 노선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교통은 'Orca Card'라는 것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버스 안에서는 살 수 없고 전철역에서 기기를 이용해 새로 발급이 가능하다. 나는 어차피 3일만 있을 것이라 사진 않고, 대신 버스에서 일일권을 샀다.
버스(시애틀의 버스는 대부분 King County Metro라는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에서 2.75달러를 지불하면 해당 회사에서 운영하는 대중교통에 자유롭게 환승할 수 있는 일일권을 지급한다. 이것을 버스 기사들에게 보여주면 "Welcome!"를 외치면서 친절하게 버스에 태워주는 구조다(물론 Welcome을 안 외쳐주는 버스 기사가 더 많다).
가끔 버스가 앞문을 열지 않고 중간 문만 여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에도 그냥 침착하게 타면 된다.
Pike Place Market & Farmer's Market
스타벅스 1호점으로 유명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유감스럽게도 스타벅스를 불매하는 나는 그곳을 들르지는 않았지만, 그와 별개로 다양한 건물이 합쳐진 한국의 재래시장 느낌을 내는 곳이라 볼거리가 많다는 점은 좋았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다. 이곳은 서술한 대로 미국의 스릴 넘치는 물가가 그대로 반영된 시장이라는 점이다. 볼거리가 많음 + 비쌈을 합하면 = 거지가 됨이다. 그래서 나는 거지가 됐다. 여행 첫 날만에 거지가 된 경험은 처음 해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곳은 돈이 없으면 딱히 들르기 좋은 여행 장소는 아니다. 내가 거지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에는 아주 많은 기념품점은 물론이고 식재료, 옷, 그 외 당신이 상상하는 무엇이든, 가끔은 저게 정식 물품인지 옆동네에서 아무렇게나 뜯어온 바닥재인지 헷갈리는 후레한 물건까지 판다. 사람도 파나 의심 될 정도다.
하지만 아이 쇼핑을 멋지게 즐기는 문화 시민이 아니라면 이곳은 단순히 인간이 더럽게 많은 피곤한 장소에 지나지 않게 느껴진다. 퍼블릭 마켓 센터+파머스 마켓 사진을 찍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쇼핑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 체력이 정해져 있던 사람이라 이곳에 온 걸 5% 정도 후회했다. 그러니까 혹시 여행 일정을 잡을 때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냥 여행 일정에서 쿨하게 빼버리더라도 큰 문제가 느껴지지 않을 듯하다는 감상이었다.
그래도 나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는 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감자튀김+더럽게 맛대가리가 없는 퍼석퍼석한 고기의 햄버거 런치가 20달러(현재 환율+수수료 포함 3만원)임을 보이고 돈을 정승처럼 벌어 개처럼 쓰는 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알려준 식당에 예를 표하기로 한다. 앞으로는 그냥 맥도날드를 가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포권!
Chihuly Garden & Glass
워싱턴 주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유리 공예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데일 치훌리(Dale Chihuly) 씨. 그 예술가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곳이 바로 치훌리 글래스 앤 가든이다. Glass Forest - Northwest Room - Sealife Room - Persian Ceiling - Mille Fiori - Ikebana&Float Boat - Chandeliers - Macchia Forest - Glass House - Glass Garden 의 순서로 이루어져 있는 장소로, 나름 방마다 테마가 상세하게 잡혀 있고 또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유리 공예하면 보통은 백조 같은 집안 장식품이나 실생활에 이용 가능한 공예품을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곳은 인간을 세 명 정도 세로로 세워야 닿을 만한 거대한 공예품부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미를 탐하는 모양새까지 존재했다. 가끔 위대한 크툴루와 same energy인 공예품들이 보이긴 했어도 계속 지켜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는 점까지 same energy라서 중간부터 집중이 안 됐다.
아무튼 그와 별개로 이 모든 것들이 정말 유리로만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홀린 듯 빠져드는 장황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무척이나 좋아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머리가 사특한 것으로 가득찬 사람이라면 잡생각이 들기 좋으니 주의할 것. 아니 그런데 정말 모독적이지 않아? 자고 있으면 저 깊은 르뤼에에서 나를 부를 것 같다…
Space Needle
처음 들어서면 '이 탑 반지름이 꽤 길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랜드마크 답게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것이다. 물론 아주 기초적인 수학적 지식에 의하면, 반지름이 긴 원은 주로 지름도 길고 원주도 길다. 이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스페이스 니들의 원주를 빙 둘러 줄을 서야 하는 사람에게 있어 매우 가혹한 처사라는 뜻이 된다. 대부분의 랜드마크가 그렇듯이 이곳도 예약 시간대로 사람을 순순히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절대로.
그렇다고 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지루하냐면 그건 또 아니다(지루하지 않다고는 안 했음). 옆에는 스페이스 니들이 완공되기까지의 과정과 역사에 대한 읽을 거리가 있고, 줄만 잘 선다면 옆의 안전대를 잡고 아래층을 내려다볼 수도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더럽게 심심했다. 갈 예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대 문물에 적응한 엄지족답게 핸드폰 충전을 철저히 시켜두기를 추천한다. 나는 까먹고 충전을 반만 하고 가서 약 30분의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반야심경을 외우며 우주와 세상과 나에 대해 의미 없는 철학적 고찰을 했다.
'스페이스 니들'이라는 이름 답게, 이 건축물은 처음 설립될 때부터 꾸준히 미래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뽐내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약 370일이라는 당시대 치고는 꽤 긴 완공 기간, 결코 낮지 않은 높이, 멀리서 찍으면 정말 우주인이라도 내려올 듯한 디자인 등 포인트를 잘 잡긴 했으나 이젠 구시대의 유물 비슷한 랜드마크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살다 보면 언젠가 정말 스페이스 니들이 우주와 지구의 접점이 되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게 내 감상이었다.
아무튼 엘리베이터에 올라서면 그 때부터 높은 전경을 볼 수 있다. 시애틀이 한 눈에 보인다고 하지만, 볼만한 것은 바다쪽, 그리고 스페이스 니들을 비롯해 시애틀의 이미지를 근미래-SF화 시킨 높고 삐까뻔쩍한 건물들 쪽 뿐이다. 나머지는 낮고 조금 못생긴 건물들의 집합체라서 그렇게까지 보기 좋지는 않았다. 스페이스 니들은 입장료가 낮-저녁시간대 기준 성인 1명에 39달러로 그렇게 낮진 않은데 그에 비해 볼만한 것이 그렇게 특출나단 이미지는 아니었다.
물론 불호평이 있으면 호평도 있기 마련. 스페이스 니들에 있는 와인 바와 카페에서는 나름 분위기 있는 마실 것들을 판다. 나는 빈센트 샤도네이를 10달러 주고 마셨고, 친구 하나 없이 600피트가 넘는 높은 상공에서 시애틀의 바다를 바라보며 싸구려 잔에 와인을 담아 마시는 짭-광공 체험을 했다. 1. 친구 없음 2. 발 아래 세상을 두고 있음 3. 와인을 마심 4. 성격이 좋지 않음 5. 귀여운 유사 피앙세를 데리고 있음 대부분의 조건을 만족했지만 6. 돈이 많음을 만족하지 못해 찐-광공은 아쉽게도 되지 못했다.
이러나 저러나 시애틀의 정경은 썩 나쁘지 않으니 한 번 보기에 나쁜 장소는 아니다. 와인을 마시면서 투명한 울타리의 반투명한 의자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경험은 나름 돈값을 한다는 느낌이다. 스페이스 니들은 야경이 좀 더 볼만하다는 평을 듣긴 했지만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또 시애틀의 저녁 이후 치안이 그렇게 좋지 못하다는 정보 때문에 적당히 저녁에 걸쳐 다녀왔다. 일단 허투루 랜드마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그걸로 된 듯?
물론 딱히 '스페이스'스럽진 않다. 그런 까마득한 유잼을 원한다면 두바이로 가도록 하자.
마치며
돌아오는 길에 그린 호에 잠깐 들렀는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푸른 호수 위로 보트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 카누를 젓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널널하다면 나도 카누를 한 번 타보고 싶긴 했지만, 혹시라도 물에 빠지면 그대로 퀵사망할 미래가 눈에 선해서 굳이 시도해보는 모험을 하진 않기로 했다.
그래도 만화처럼 새파란 호수는 너무 아름다워서 보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오늘 들렀던 다른 어느 곳보다도 그린 레이크 파크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이 가장 마음에 든다. 원래부터 인물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있어 마음의 안정을 주는 아주 드문 사진이다. 사진… 잘 찍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일지 썼으니 이제 씻고 발닦고 짐챙기고 새벽 비행기 타러 나갈 준비 해야댐… 이 일정 좀 봐… 누가 짰는지 몰라도 진짜 미친 놈 같아 누가 시애틀 공항에 아침 7시까지 타임어택을 하냐고요(놀랍게도 내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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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6/백업] Heath&Heather - Morning Time
격조하였습니다. 오늘은 3월 16일입니다. 참고로 저 차는 9일에 넣어서 10일에 꺼내 마셨습니다.
오늘의 교훈은 차일기를 미루지 않는 사람이 되거나 미루더라도 cool하게 넘기는 사람이 되자 입니다. 저처럼 미룰때마다 차일기 쓰면서 머리쥐뜯고 오열하지 마시기를...
아무튼 일주일 전에 마신 차는 Heath&Heather 브랜드의 모닝타임.
나는 너무 당연히 Health&Healther로 알고 오~ 건강&더 건강 차 영국사람들 네이밍센스 개웃기네 이러고 있었는데 히스앤헤더였다...
건생님이 같이 보내주셨던 차! 사이다 냉침이라는 듣도보도못했고 맛있어 보이는 레시피를 전달받고 바로 냉침을 시도하기로 하는데... 가 지난 이야기.
차를 마실때 차를 만드는 사람의 지능도 준비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는 사진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서치하다 통에 티백을 넣고 거꾸로 세우라는 네이버의 글을 보며 시도했는데, 새벽이라 머리가 제대로 안 굴러가서(변명중임) 티백 종이실을 그냥 밖으로 빼고 잠가버렸다.
물론 저따구로 하면 사이다가 샙니다. 네. 아주 많이 샙니다. 정말 많이 샙니다. 네... 어쩐지 글에 라이언이 있더라 라이언이 있는 글은 믿으면 안 되는데...
양도 저거 하나만 달랑 넣으면 안 될 것 같았는데 슬프게도 칠성사이다가 집에 한 캔 밖에 없었다. 닭갈비 시켜먹는데 사이다 서비스를 준다길래 시켰더니 저거 하나만 꼴랑 갖다준 배달의 민족에 전적으로 잘못이 있다.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아무튼 내 탓은 아닌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세상에 나오는 데 성공한 모닝타임(사이다)의 영롱한 빛깔을 보며 감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개떡같이 길렀는데 찰떡같이 잘 자란 자랑스러운 자식 보는 느낌이다. 부엌에서 뭐 하나 만들 때마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데 역시 인생에 결혼 같은 건 필요 없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건 끝내주게 맛있었다는 뜻이고…
첫맛은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사이다인데 목 뒤로 넘길때 향긋한 차향이 훅 올라오는 느낌. 놀라울 정도로 합이 괜찮다! 너무 맛있어서 통째로 사고 싶은 차 리스트에 넣어버린 편... (하지만 이걸 마시려면 사이다도 고래처럼 마셔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 된다)
사이다 냉침법이 의외로 어울리는 차가 많다던데 틀어본 김에 이거저거 더 해보고 다른 차들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냉침법 자체도 아직 낯설고 신기하고 생소한데, 뭐에 담그냐에 따라 이렇게 맛이 각양각색이라는 것도 꽤 신기한 일인 것 같다. 세상에 차도 너무 많고 차를 마시는 방법도 너무 다양하다...
오래 살고 많이 먹읍시다...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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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실에서 22시간에 500ml이라고 대략적으로 적어두긴 했지만 고백할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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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별안간 나타나 남의 소매를 터뜨리고 멋지게 사라지기 전문 차모인은 써미님이다. 왼쪽 사진이 막 포장을 뜯었을 때의 구성이며 실로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있어 소분이라는 건 정녕 어떤 의미일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난 드디어 박스 하나를 꽉 채우고 뿌듯해하는 중인데(오른쪽 사진), 막 입에 넣기만 하는 중인 내가 박스를 채웠을 정도면 진지하게 차를 수집하는 분들의 차 창고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두렵다. 나도 미래에 저렇게 될까...?
12월 정도까지만 해도 에그노그를 개조져서 북미에서 국가적 고소를 받을 뻔하고 홍차에 티백을 n시간씩 우려 셀프 독극물 제조기로 만드는 등 얼레벌레였는데 이제 아침에 일어나 차를 까먹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얼마 전 런던프룻앤허브 차를 마셨다가 가향차에 맛까지 실제로 들어간 경우는 드물다는 말을 들어서 의아했는데, 이걸 마셔보니 바로 가향챠의 평균을 알 수 있었다. 찻잔을 입에 대자마자 시원하고 달달하게 올라오는 퀸즈머스캣 향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맛은 우롱차에 기분 좋고 깔끔한 상큼함 정도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원래 미각에 후각이 끼치는 영향도 지대하다고 하니까 그런 효과를 노린 게 아닐까....? 아직 차를 많이 마신 편은 아니라 좀 더 가향차를 많이 마셔보려고 한다.
그 전에 일단 다양하게...
아무튼 입에 맞는 차를 찾아 떠나는 새싹의 여정은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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