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2h / 250ml

 

 

 

격조하였습니다. 오늘은 3월 16일입니다. 참고로 저 차는 9일에 넣어서 10일에 꺼내 마셨습니다.

오늘의 교훈은 차일기를 미루지 않는 사람이 되거나 미루더라도 cool하게 넘기는 사람이 되자 입니다. 저처럼 미룰때마다 차일기 쓰면서 머리쥐뜯고 오열하지 마시기를... 

 

아무튼 일주일 전에 마신 차는 Heath&Heather 브랜드의 모닝타임.

나는 너무 당연히 Health&Healther로 알고 오~ 건강&더 건강 차 영국사람들 네이밍센스 개웃기네 이러고 있었는데 히스앤헤더였다...

건생님이 같이 보내주셨던 차! 사이다 냉침이라는 듣도보도못했고 맛있어 보이는 레시피를 전달받고 바로 냉침을 시도하기로 하는데... 가 지난 이야기.

 

 

 

 

 

 

차를 마실때 차를 만드는 사람의 지능도 준비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는 사진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서치하다 통에 티백을 넣고 거꾸로 세우라는 네이버의 글을 보며 시도했는데, 새벽이라 머리가 제대로 안 굴러가서(변명중임) 티백 종이실을 그냥 밖으로 빼고 잠가버렸다.

물론 저따구로 하면 사이다가 샙니다. 네. 아주 많이 샙니다. 정말 많이 샙니다. 네... 어쩐지 글에 라이언이 있더라 라이언이 있는 글은 믿으면 안 되는데... 

 

양도 저거 하나만 달랑 넣으면 안 될 것 같았는데 슬프게도 칠성사이다가 집에 한 캔 밖에 없었다. 닭갈비 시켜먹는데 사이다 서비스를 준다길래 시켰더니 저거 하나만 꼴랑 갖다준 배달의 민족에 전적으로 잘못이 있다.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아무튼 내 탓은 아닌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세상에 나오는 데 성공한 모닝타임(사이다)의 영롱한 빛깔을 보며 감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개떡같이 길렀는데 찰떡같이 잘 자란 자랑스러운 자식 보는 느낌이다. 부엌에서 뭐 하나 만들 때마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데 역시 인생에 결혼 같은 건 필요 없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건 끝내주게 맛있었다는 뜻이고…

 

첫맛은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사이다인데 목 뒤로 넘길때 향긋한 차향이 훅 올라오는 느낌. 놀라울 정도로 합이 괜찮다! 너무 맛있어서 통째로 사고 싶은 차 리스트에 넣어버린 편... (하지만 이걸 마시려면 사이다도 고래처럼 마셔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 된다)

사이다 냉침법이 의외로 어울리는 차가 많다던데 틀어본 김에 이거저거 더 해보고 다른 차들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냉침법 자체도 아직 낯설고 신기하고 생소한데, 뭐에 담그냐에 따라 이렇게 맛이 각양각색이라는 것도 꽤 신기한 일인 것 같다. 세상에 차도 너무 많고 차를 마시는 방법도 너무 다양하다...

오래 살고 많이 먹읍시다... 행복합시다...

 

 

 

 

 

 

4℃ / 22h / 500ml

 

 

 

냉장실에서 22시간에 500ml이라고 대략적으로 적어두긴 했지만 고백할 것이 있다.

~자세한 시간과 양이 기억이 안 납니다~ 여러분은 부디 부지런한 시음기를 쓰세요.

아무튼... 오늘 올릴 티타임 후기는 루피시아의 퀸즈머스캣 우롱 + 옐로우문의 ... 뭐였는지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맛있는 쿠키 조합이다. 텀블러의 마리 퀴리 뮤지컬 대사가 적나라하게 적혀 있는 건 당연히 영업을 위해서이다. 이 놀라운 뮤지컬은 무려 라듐색으로 빛나며 안에 무엇이 들었든 마시면 죽는 음료인 것처럼 만들어주는 최고의 텀블러 굿즈를 판다.

 

 

 

 

 

 

물론 마리 퀴리 씨의 라듐 사랑이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다.

 

 

 

 

 

 

오늘의 별안간 나타나 남의 소매를 터뜨리고 멋지게 사라지기 전문 차모인은 써미님이다. 왼쪽 사진이 막 포장을 뜯었을 때의 구성이며 실로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있어 소분이라는 건 정녕 어떤 의미일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난 드디어 박스 하나를 꽉 채우고 뿌듯해하는 중인데(오른쪽 사진), 막 입에 넣기만 하는 중인 내가 박스를 채웠을 정도면 진지하게 차를 수집하는 분들의 차 창고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두렵다. 나도 미래에 저렇게 될까...?

12월 정도까지만 해도 에그노그를 개조져서 북미에서 국가적 고소를 받을 뻔하고 홍차에 티백을 n시간씩 우려 셀프 독극물 제조기로 만드는 등 얼레벌레였는데 이제 아침에 일어나 차를 까먹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얼마 전 런던프룻앤허브 차를 마셨다가 가향차에 맛까지 실제로 들어간 경우는 드물다는 말을 들어서 의아했는데, 이걸 마셔보니 바로 가향챠의 평균을 알 수 있었다. 찻잔을 입에 대자마자 시원하고 달달하게 올라오는 퀸즈머스캣 향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맛은 우롱차에 기분 좋고 깔끔한 상큼함 정도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원래 미각에 후각이 끼치는 영향도 지대하다고 하니까 그런 효과를 노린 게 아닐까....? 아직 차를 많이 마신 편은 아니라 좀 더 가향차를 많이 마셔보려고 한다.

그 전에 일단 다양하게...

아무튼 입에 맞는 차를 찾아 떠나는 새싹의 여정은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100℃ / 4min / 200ml

 

 

 

오늘의 주제 : 복숭아는 옳다.

 

 

 

 

 

 

♥오늘은 건생님께서 나눔해주신 최고의 차들과 함께합니다♥

차를 멋지게 마시는 분들이 말하는 小분의 의미란 도대체 뭘까? 이 정도의 은혜를 소분으로 부르면 중분이랑 대분은 대체 어느 정도의 양을 갖게 되는 걸까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호로롭

시음기도 올리고 받은 거 감사드린다구 인증도 할겸 가벼운 차부터 골랐다. 남은 것도 해치워버릴거시다. 입문자다 보니 당연하게도 처음 보는 차들 뿐이라 (립톤은 대중적이라서 들어본것같기도?!) 한번씩 입에 넣어볼 생각에 매우 설레 있는 중. 오늘은 과일은 안 먹지만 카페 갔을 때 복숭아 아이스티는 하마처럼 마시는 사람으로서 복숭아 핫티는 느낌이 어떨지 정식으로 궁금해졌다. 

 

 

 

 

 

 

수색이... 이 정도면 정말 짙은 편인가 싶다 (적어도 지금까지 찻잔에 따라 마셔본 차들 중에서는 가장 짙은 듯) 티백에는 온도와 시간만 적혀 있길래 물을 적당히만 넣었는데 실패하진 않은 것 같은 맛이 났다. 눈치 보다가 설탕도 쥐꼬리만큼 넣었다. 이런 차들도 통상적으로 몇 ml이면 적당합니다~ 같은 기준이 따로 있는 건지 나만 초짜라서 모르는 건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찻잔에 입을 대자마자 코로 따뜻한 복숭아향이 훅 올라오는데, 대충 부어 마시면 나는 그 밍맹하고 시큼한 향은 아니고 따뜻한 복숭아차를 마셔본 경험 자체가 처음이라 그런지 짙은 향을 제대로 맡아보는 건 처음이라 유인원처럼 킁킁거리다 마셨다 (...) 어디까지 과일의 맛이고 어디까지 허브의 맛인지 구분할 짬은 안 되지만 아무튼 입에 맞았던 덕에 아침을 달달하게 보냈다. 

설탕은... 안 넣는 게 나았을 것 같다는 중요한 교훈도 얻었다.

 

멋진 티타임은 언제나 즐겁다...

다음엔 티푸드도 함께 입에 넣어버리겠어.

 

 

100℃ / 3min / 300mL | 4℃ / 25h+@ / 300mL

 

 

마신지는 며칠 되었지만 이제 시음기를 적는 필멸자의 모습이다. 그것도 두 개 마셨는데 둘 다 미뤄서 둘 모두 며칠 전 차다.

현대 인간의 가장 큰 적은 역시 귀찮음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냉침법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꽤나 게을렀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차가운 곳에 찻잎을 가라앉힌 물을 두고 누가 그걸 고의로 방치한다는 생각을 했을까? 100% 까먹은 게 아닐까? 아무튼 냉침차는 생전 처음 마셔보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게 오늘 쓸 글의 주제 1번이다. 밀크티도 처음 마셔보고 냉침도 처음 해보고 과일가향차도 처음 마셔보고 우롱차도 처음 마셔보았기 때문에(그렇다고 말하기엔 그냥 마셔놓고 그게 우롱차인지 모르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더 높긴 함) 최근에는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해볼 기회가 꽤 늘어난 것 같고 아직도 많은 도전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게 즐거운 것 같다.

 

 

 

 

 

 

오늘의 차...는 아니지만 오늘 리뷰할 차는 루피시아 메론우롱과 쿠스미 러시안 모닝. 둘 다 예섭님께서 보내주신 차들이다.

쿠스미 러시안 모닝은 단순히 모닝에 고른 차지만, 메론우롱은 처음 받아 올렸을때 지인들이 메론...? 우롱? 메론?? 우롱?? ?이런 반응이었어서 호기심이 갑자기 동했다. 아무래도 그런 반응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은 더 궁금해하기 시작하니까... 특히 메론차도 우롱차도 안 먹어본 퓨어한 뇌는... 메론이랑 우롱 조합이 특이한가 싶은 궁금증이 생겨버리기 마련.

 

 

 

 

 

 

차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마시기 전에 보통 검색을 해보는데, 우유에 냉침하니 메로나맛이 났다더라~ 하는 어떤분의 후기를 보고 충동적으로 밀크티를 시도하기로 했다. 설탕을 넣으라는 말은 없었던 것 같지만 밀크티에 설탕은 필수라는 룸메이트의 강력한 권고를 못이겨 두 스푼 정도 넣었었다. 24시간만 냉침하라고 트친들이 조언한 거 까먹고 한시간 더 우린 내가 레전드인 듯함... 결론만 말하자면 메로나랑 별로 비슷하지는 않고 우유를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가 메론향이 조금 덜했다.(ㅠㅠㅠ) 

우롱차를 검색해보니 대체 왜 메론우롱이 이렇게 신기한 느낌일까 감이 잡혔는데, 맛이 꽤 독보적으로 특징적이랬다. 그 말대로 이 차는 시원하기도 하고 우유 맛도 나고 우롱으로 여겨지는 적당히 쓰고 떫고 차향이 우러나오는 맛도 나고 메론 맛도 났다. 아니 이게... 어우러지는 느낌보다는 그냥 입 하나에서 세 가지 맛이 전부 나는데 그렇게 이상하진 않았던 느낌.

 

 

 

 

 

 

쿠스미 러시안 모닝은 아침 햇빛이 적당히 떠오른 창가 테이블에 앉아서 책 읽으면서 마셨는데 좀 삶의 질이 올라간 느낌... 영화나 소설속 유럽사람들 생태 따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시면서 처음 떠올린 소감은 브랙퍼스트 티와 모닝 티는 비슷해 보이는데 생각보다 꽤 느낌이 다른가?! 싶다는 생각? 물론 이걸 더 자세히 고찰하려면 그런 이름이 붙은 것들을 다 골라 마셔봐야 할 것 같긴 하다.

티푸드가 굳이 필요한가 싶었던 사람인데(그냥 고래처럼 퍼마심) 전날에 마침 빵을 좀 샀어서 꺼냈더니 맛이 깔끔하게 잡히는 게 막입에도 실감날 정도라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굳이 티푸드를 같이 먹는구나 싶기도 했다. 배워가는 것도 맛있는 것도 많은 요즘...

꼭 차이를 찾지 않더라도 사람 자체가 일상 루틴이 아침형인 인간이라서 (tmi) 나는 이거는 아침차다~ 하고 명시된 것들이 입맛에 맞는 것 같다. 기분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소감은 그런 듯함.

 

 

 

 

 

 

살짝 tmi인 이야기지만... 위의 사진들은 이사온 집앞에 마침 샐러드 전문점이 있길래 끼니로 신나게 먹고 있는 샐러드다. 그렇게 고급지고 싱싱한 맛은 아닌데 구성에 비해 가성비는 훌륭한듯. 고기랑 야채랑 입에 욱여넣고 빵 하나 차 하나 꺼내서 마시는 게 앞으로의 루틴이 될 것 같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가서 리코타 치즈 듬뿍 올라간 파릇파릇한 샐러드 먹고 싶다. 세트로 시켜서 다른 친구들 파스타랑 피자 먹을동안 샐러드 독점하고 싶다는 광기에 빠지는 나날... 코로나 죽어...

 

 

 

100℃ / 3min 20sec

 

 

 

차에 관심을 갖(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하)게 된 지 강산이 천 번 뒤바뀌고 나라가 오십 번 건국되었다 멸망하고 황도 경사각이 변동하기 시작한 수준으로 까마득한 시간이 흘렀다. 나는 드디어 정확한 시간 양 온도를 맞춰 홍차를 즐겨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문4년 나이 5만 살의 일이었다.

 

 

 

 

 

 

멋진 홍차인 예섭님께서 차를 소분해주신 덕분에 받은 김에 받은 만큼은 열심히 마셔봐야겠다는 의지가 붙었다. 근데 저는 이것을 小분으로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중입니다.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사기까진 엄두가 나지 않아 다시백을 사서 우리기로 했다. 평소에 워낙 개판으로 티백을 우려왔기 때문에 걱정되셨는지 몇분 몇ml 어떤거는 어떻게 저떤거는 저렇게 전부 적어주셨다 ㅠㅠㅠㅠㅠㅠ

오늘 고른 차는 T2 맬버른 브랙퍼스트 : 무려 호주 직구 차다!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 가장 이름이 멋졌기 때문이다.

 

 

 

 

 

 

가향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고 있고 없고의 차이도 잘 모르긴 하지만... 검색해보니 바닐라 향이 첨가된 차라고 한다 '0'! 서치는 일단 입에 넣어본 다음 해서 (...) 뭔가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있었는데 이거였구나~ 하고 막연히 느낄 수는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입에 착 붙는 느낌이라서 고래처럼 마셨다. 두 번 타면 맛이 써진다고 경고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답게 냠냠이 킵고잉 했는데, 사실 막입이라 그런지 뭔가 달라진 건 모르겠고 그냥 맛있게 마셨다. 세 번째부터는 물 끓이지도 않고 그냥 부어 우려서 마셨다. 아무래도 내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소감을 말하자면 대만족이고, 1회용분만 소분받아서 당장 더 먹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마음에 들었으므로 언젠가의 추가구매를 위해 기억에 남겨두기로 한다 ^3^

 

 

 

 

 

+

 

차모분들을 열심히 눈팅해가면서 뭐라도 해보려고... 했으나... 결론적으로 실패하게된 바 차모님들의 힘을 빌리고자 합니다... 원기옥은 괜찮으니 팁 약간만 주시면 신나게 헤드뱅잉을 할 거예요... 지금 정말 아는 게 너무 없는 나머지 본인이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망충한 상태로 서서 ㄴㅇㄱ 포즈 취하는 중이랍니다

입문용으로 무난한 차를 추천해주시거나... 이런저런 차를 소분판매해주시거나... 이것저것 같이먹기 좋은 티푸드라거나? 그냥 차 관련 얘기라거나? 모죠 표정으로 서 있는 홍차새싹을 주워가보실 분? 

저... 은혜 잘 갚는 편이니까요...(과연)

 

 

 

 

 

사실 우리 집에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4000~5000원대의 저렴하고 맛있는 티즌 티백이 많다. 

차를 그렇게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고, 기왕 마시는 거 분위기 있게 먹고 싶다는 일념으로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찻잔을 빌려 차를 우리기로 했다.

이것을 다짐하고 티백을 넣은 시간이 9시 정도였다.

참고로 이 글은 오후 1시 40분에 적히고 있다.

 

 

 

 

 

저 영롱한 색을 띄고 있는 사진의 자스민 차는 놀랍게도 1시간 우려진 상태의 차이다.

당연히 식었고, 당연히 쓴 향이 올라왔고, 보정빨이 잘 받아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누룽지 같은 색을 띄었었다. 차 끓여놓고 고기 좀 굽는다고 방치한 게 화근이었다. 다 먹고 설거지하고 소파에 누워 해리포터가 트리위저드에 끌려가는 것까지 구경한 뒤에야 차를 우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재앙은 그 단계에서 멈추지 않았다. 1시간 우린 차의 상태가 생각보다 양호해 보이자 더 우리면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먹느라 음식 사진을 남기지 못하는 성질머리상 사진은 남지 않았지만, 9시 가량부터 1시 30분까지 대략 4시간 30분 정도를 우려진 차를 마시는 건 인생에 한 번의 경험으로 족한 것 같다. 그 맛에 대해서는 별로 서술하고 싶지 않다.

네 차에 독은 개나소나 탈 수 있다. 진정한 독은 게으름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한 번은 정상적으로 먹어야 시음기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했는데, 실수로 (말하자면 길다) 티백 컵 안에 미지근한 정수를 부어버리는 바람에 다시 망한 차가 되었다. 멀쩡하게 차를 우리려는 시도조차 무산되었다.

삶은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조차 쉽지 않다. 차 한 잔의 여유라는 건 다 저세상 얘기다. 나는 차를 마시는 것조차 전쟁이다.

그래서 그냥 먹태포나 구워서 마요네즈에 찍어 먹기로 했다. 

 

맛있는 먹태포 구이는 배신하지 않는다.

껍질도 잘라드세요!

짱!

25일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에그노그를 만들기로 했다.

에그노그라는 이름 자체는 예전부터 알았지만, 내가 부엌에 들어가기만 하면 집이 탈 것 처럼 굴면서 정작 아무도 요리를 하지 않는 집안에서 살다 보니 다 크고 나서야 기회가 생겼다.

 

 

 

 

 

 

 

이 사진들은 에그노그와 함께하게 될 술과 휘핑크림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옐로우 테일 샤도네이는 잘 익은 복숭아와 멜론 등 과즙의 향이 일품인 보급형 호주 와인이(라고 네이버가 말했)다.  타임라인에서 좋은 위스키와 럼을 추천받았지만 돈도 없고 의욕도 없고 힘도 없던 바람에 편의점에서 가장 싸게 파는 손바닥만한 와인을 구매하기로 한 게 화근이었다. 에그노그는 담백한 음료라 과일향이 강하게 나는 와인과는 상성이 미묘하게 맞지 않다. 물론 진작 알았다면 지금 이 글을 적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래의 휘핑 사진은 바닐라빈이 없었던 탓에 휘핑과 바닐라향을 한 번에 처리하기 위해 산 캔 휘핑이다. 사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그냥 마트에 저것밖에 없어서 샀다가 얻어 걸렸다. 생각해보면 파리바게트 같은 곳에서 생크림 500원인가 1000원에 파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준비과정의 난이도는 난폭했다. 노른자를 분리하라는 게 노른자를 다 깨부숴서 물로 만들라는 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유를 두 컵 넣으라고 모 티스토리 블로그가 권고했으나 컵을 설거지하기 귀찮은 관계로 그냥 적당히 남아 있던 우유를 다 꼬나부어버렸다.

 

 

 

 

 

 

 

친구들은 이 사진을 크림떡볶이라고 칭했지만 놀랍게도 저 꾸물거리는 크툴루 같은 줄은 떡이 아니라 휘핑이다.

에그노그를 만들 때는 계란 우유 아무튼 그 외 기타등등을 넣고 데워줘야 하는데  대체 얼마나 데워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너무 많이 데운 나머지 결국 그냥 죽이 되었다. 이래서 사람이 원활한 요리생활을 하려면 계량기가 필수적이다.

 

 

 

 

 

 

에그노그를 완성하고 마셨는데 휘핑을 너무 맹신한 나머지 설탕을 제대로 안 넣었더니 맹맹하고 기묘한 맛이 났다. 이후 해당 레시피를 마셔본 친구 평가로는 너무 맹맹해서 처음엔 나도 모르는 새에 코로나에 걸린 줄 알았단다.

그래도 완성된 에그노그의 모습은 의외로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사진만 본 많은 분들이 '의외로 먹을만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말씀해주셔서 아마추어 사진가로서 매우 큰 위안을 얻었다. 기회가 닿는다면 차모 여러분께도 직접 만든 에그노그를 대접해 드리고 싶다(하지만 마시지 않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 같습니다)

본 완성 사진은 귀여운 인형과 위에 얹어진 달달한 휘핑으로 에그노그를 절묘하게 가리고 있다. 역시 사진은 부속품 배치가 중요하다.

 

 

 

 

 

 

 

 

남은 계란으로는 간장계란밥을 해 먹었다. 에그노그보다 다섯 배 정도 맛있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에 소스 조지게 뿌려서 먹을 때 가장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냥 요리를 망친 거겠지만

바닐라빈을 처음에 살까 말까 고민할 때 그게 정말 많은 요리 (특히 베이킹) 에 사용된다는 정보를 얻었지만 딱히 열심히 베이킹하면서 살진 않을 것 같아서 포기했었다. 하지만 막상 데운 계란우유반죽을 입에 넣어보고 나니 구운 계란우유반죽은 얼마나 맛이 없을지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만간 베이킹도 시작해볼 것 같다. 하지만 당분간은 안정적으로 남이 만든 맛있는 차나 마시며 마음의 안정을 취하려고 한다.

life is egg...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행복한 설 연휴를 보내셨으면 좋겠다.

저는 물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